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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나만의 셀프 장례, 삶의 마지막 장면을 직접 설계하다
    셀프장례 2025. 7. 9. 07:23

    우리는 평생 수많은 선택을 하며 살아갑니다.
    어디에 살지, 누구와 함께할지, 어떤 직업을 가질지.
    하지만 죽음 앞에서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이 ‘남이 정해주는 방식’에 따르곤 합니다.
    이제는 그런 고정관념을 넘어서, ‘나의 마지막을 나답게 준비하겠다’는 사람들이 늘고 있습니다.
    바로 셀프 장례(Self Funeral)를 선택한 이들입니다.

    셀프 장례는 단순히 ‘스스로 장례를 치른다’는 의미가 아닙니다.
    삶의 마지막을 개인의 철학, 취향, 감정에 따라 직접 설계하고 실행할 수 있도록 준비하는 주체적인 장례 방식입니다.


    전통적인 장례 절차와 공간을 벗어나,
    내가 원하고, 나를 아는 이들과 함께, 내 이야기를 중심으로 구성된 장례식을 만든다는 점에서
    셀프 장례는 단순한 장례 생략이나 비용 절감과는 전혀 다른 맥락에 있습니다.
    이는 ‘자기결정권의 확장’이며, ‘존엄한 죽음’을 실현하는 새로운 문화이기도 합니다.

    나만의 셀프 장례, 삶의 마지막 장면

     

    장례를 디자인한다는 것의 의미

    셀프 장례의 핵심은 ‘나를 표현하는 이별’입니다.
    이는 보통 4가지 핵심 요소로 구성됩니다.

    장례 형식: 종교식, 무종교식, 자연장례, 음악 중심 추모식 등
    장소 선택: 병원 장례식장을 벗어나 자연장지, 자택, 바다, 산책로 등 의미 있는 공간에서 진행 가능
    내용 구성: 영상, 사진, 편지, 플레이리스트, 유언 영상 등 개인의 이야기를 담은 콘텐츠
    참여 대상: 상주 없이 가족만, 지인만, 혹은 온라인 추모로 대체하는 방식까지 다양화

    이러한 요소는 전통 장례가 놓치는 ‘개인의 감정과 철학’을 되살리는 방식입니다.
    예를 들어, 한 음악 애호가는 생전 가장 아끼던 재즈곡을 배경으로 추모 영상과 함께 장례를 진행했고,
    또 다른 분은 평소 즐겨 찾던 숲길에 수목장을 계획하며 “자연과 함께 사라지고 싶다”는 뜻을 남겼습니다.

     

    최근에는 '미니멀 장례', '테마형 추모식', '셀프 메모리얼 키트' 등
    개인의 취향을 반영한 장례 디자인 서비스도 다양해졌습니다.
    단순한 장례 절차를 넘어, 나를 기억하는 이들과 의미 있는 이별을 준비하는
    장례의 ‘브랜딩’ 시대가 열리고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어떻게 준비할 수 있을까?

    셀프 장례를 실현하려면 단순한 상상만으로는 부족합니다.
    실제 실행을 위한 법적, 행정적, 실무적 준비가 필요합니다.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장례에 대한 나의 의사를 명확히 문서화하는 것입니다.

    유언장: 자필 또는 공정증서 방식으로 작성. 장례 방식, 장지, 참석자, 예산 등을 포함
    엔딩노트: 비공식 문서이지만 매우 효과적. 체크리스트, 편지, 개인 메시지 등을 담을 수 있음
    사전연명의료의향서: 치료 중단, 호스피스 이용 등 사망 직전의 의료 행위에 대한 의사 표현
    장례 대리인 지정: 사망 직후 행정 절차(사망신고, 화장신청 등)를 수행할 수 있는 신뢰할 사람 필요

    그 외에도 화장장 예약, 자연장지 사전 계약, 납골당 관리비 납입 등
    사망 이후를 대비한 계약적 준비가 병행되어야 합니다.


    특히 셀프 장례는 장례식장을 사용하지 않는 경우도 많기 때문에,
    모든 절차를 담당할 수 있는 실행자(유언 집행자)와의 충분한 사전 협의가 중요합니다.

    여기에 더해, 삶을 정리하는 콘텐츠 구성도 셀프 장례의 핵심입니다.
    영상 편지, 음악 플레이리스트, 생전 인터뷰 영상, 나만의 사진 모음집,
    SNS 자동 종료 서비스, 클라우드에 저장된 추억 폴더 등
    디지털 자산과 아날로그 감정을 연결하는 추모 연출은
    지금까지의 장례와는 다른 감동을 만들어냅니다.

    죽음을 다시 사유하는 일

    셀프 장례는 결국 ‘죽음을 설계하는 일’입니다.
    그리고 그 설계는 단지 슬픔을 줄이는 방식이 아닙니다.
    자신의 삶을 책임지고 마무리하는 철학적 행위이기도 합니다.
    우리는 더는 죽음을 가족에게 ‘맡기는’ 시대를 살지 않습니다.
    이제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사라지고 싶은지를 스스로 결정하고 표현할 수 있는 시대입니다.

    이러한 흐름은 고독사, 무연고사 같은 사회적 현상과 맞물려
    죽음을 둘러싼 공공 시스템과 문화, 인식의 변화까지 유도하고 있습니다.
    장례가 반드시 슬픈 의례여야 할까요?


    내 죽음이 누군가에게 위로가 되고, 영감이 되며, 따뜻한 기억으로 남을 수는 없을까요?
    셀프 장례는 이 질문들에 대한 실천적 답변이자,
    삶의 마지막 장면을 내가 연출할 수 있다는 용기 있는 선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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