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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을 디자인한다는 건 어떤 기분일까?셀프장례 2025. 7. 9. 19:48
“장례를 내가 직접 준비하면 안 될까요?” “죽음을 준비하는 게 왜 이상하죠?”
셀프 장례를 처음 이야기했을 때, 나는 이렇게 반문했습니다.
하지만 주변의 반응은 의외로 거셌습니다.
누군가는 “미신 같다”고 했고, 어떤 이는 “불길하다”며 고개를 저었습니다.
심지어 “그런 걸 미리 준비하면 안 좋다”는 말까지 들었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누군가는 결혼식을 1년 전부터 준비하고,
누군가는 은퇴 이후의 삶을 수십 년간 계획하듯,
삶의 마지막도 내가 직접 설계할 수 있다면
그것만큼 ‘존엄한 마무리’가 있을까 싶었습니다.저에게 셀프 장례는 죽음을 연습하는 것이 아니라,
삶의 주도권을 끝까지 유지하는 행위였습니다.
언젠가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이별을
남에게 맡기지 않고, 내가 가장 나답게 마무리하고 싶었습니다.
장례는 유족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우리는 흔히 장례를 ‘남겨진 사람들’—즉 유족이나 지인들을 위한 의식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장례는 가족 중심으로 구성되고,
병원 장례식장에서, 조문객이 오고 가는 익숙한 형식으로 진행됩니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정작 ‘나’는 어디에 있나요?
내가 좋아했던 음악, 내가 중요하게 여긴 가치,
내가 원하는 방식은 과연 반영되었을까요?
저는 그런 장례에 대해 오래도록 의문을 품어왔습니다.
그래서 선택했습니다.
내가 주인공이 되는 장례,
나의 삶을 닮은 이별 방식,
그것이 바로 셀프 장례였습니다.단순히 장례식을 하지 않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내가 어떤 장소에서, 어떤 음악과 함께,
누구와 인사를 나누고 싶은지를 스스로 정리하는 일.
그게 진짜 ‘죽음을 디자인하는 일’입니다.
직접 설계한 나만의 셀프 장례저는 장례식장 대신, 제가 자주 산책하던 숲을 선택했습니다.
추모곡은 생전에 자주 들었던 피아노 연주곡으로 골랐고,
디지털 유언 영상과 사진 슬라이드를 USB에 담아 남겼습니다.
조문객을 받지 않는 대신,
지인들에게는 이메일로 ‘추모 메시지’를 받아
지정된 담당자가 모아 추모 앨범으로 만들어주기로 했습니다.
장지는 수목장으로 예약해두었고,
장례비는 소액의 신탁 계좌에 별도로 예치했습니다.
그 외에도 유언장은 공증을 완료했고, 사망 후 행정 절차는 친구에게 위임장과 함께 맡겼으며,
디지털 자산(SNS, 이메일, 클라우드 파일)은
구글 드라이브에 정리해 두었습니다.
이 모든 준비는 단순한 문서가 아니라,
나의 인생을 정리한 시나리오입니다. 죽음을 두려워하지 않고, ‘존재의 마무리’를 설계한 결과물입니다.셀프 장례는 삶을 더 단단하게 만드는 실천입니다
사실 처음 셀프 장례를 준비할 때는 막막했습니다.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가 불편했고,
가족과 이 얘기를 꺼내는 것도 쉽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차근차근 정리하고 나니 오히려 마음이 평안해졌습니다.
이것이 ‘삶의 끝을 준비한다는 감정’일까요?
불안이나 두려움보다는, 내가 살았던 방식대로 떠날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습니다.
죽음을 디자인한다는 건 어쩌면 지금 이 순간을 더 ‘선명하게’ 살아가기 위한 선택일지도 모릅니다.
마치 인생을 스스로 편집하고,
마지막 장면을 내가 원하는 클로징 화면으로 마무리하는 것처럼요.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다면, 당신도 조용히 셀프 장례를 상상해보셔도 좋습니다.
“나는 이런 장례가 좋을 것 같아.”
그 단 한 줄의 메모가 당신의 삶과 죽음을 잇는 첫 문장이 될 수 있습니다.'셀프장례' 카테고리의 다른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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