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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유언장 vs 유언대용신탁, 어떤 선택이 더 현명할까?
    셀프장례 2025. 7. 8. 08:58

    “죽음은 끝이 아니라 정리입니다. 그리고 정리는 기술입니다.”

    삶의 마무리는 감정만으로 설계할 수 없습니다. 사후에 남겨질 가족과 재산, 사회적 역할을 명확히 정리하는 일은 지금 이 순간을 책임감 있게 살아가는 태도이자,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가장 구체적인 방식입니다.

    이 맥락에서 ‘유언장’과 ‘유언대용신탁’은 단순한 상속 수단이 아닌, 삶의 철학과 의도를 법적으로 구현하는 도구입니다.

     

    두 제도 모두 대표적인 상속 설계 방식이지만, 법적 구조와 실행 시점, 분쟁 예방력에서 뚜렷한 차이를 보입니다. 특히 가족관계가 복잡하거나, 유산 분배와 관련한 갈등이 예상되는 경우라면 선택의 방향이 크게 달라질 수 있습니다.

    결국 핵심은 ‘내가 떠난 이후에도 내 의지가 명확하게 실현될 수 있는 구조를 어떻게 마련할 것인가’라는 점입니다.

    유언장 vs 유언대용신탁

     

     

    유언장은 가장 전통적이고 보편적인 상속 수단입니다.

     

    민법에서 인정하는 다섯 가지 유언 방식 중, 자주 사용되는 것은 자필증서 유언과 공정증서 유언입니다. 자필 유언장은 본인이 직접 작성하고 서명·날인만 하면 되기 때문에 접근성과 비용 면에서 부담이 없습니다. 하지만 날짜 누락, 필체 판별 불가, 보관 중 훼손 등의 이유로 법적 효력을 상실하는 사례가 많습니다. 반면 공정증서 유언은 공증인의 입회 아래 녹취·문서화되어 법적 분쟁에 강한 구조를 갖지만, 공증 수수료와 절차적 부담이 수반됩니다.

    무엇보다 유언장은 사망 후에야 실행되고, 상속인 중 일부가 유언에 반발하거나 법적 다툼을 제기할 경우 결국 소송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이런 점에서 ‘의미는 있으나 실효성은 불안정한 방식’이라는 평가도 존재합니다.

     

    이와는 구조 자체가 완전히 다른 방식이 유언대용신탁입니다.

    말 그대로 유언장을 ‘대체’할 수 있는 수단으로, 생전에 금융기관과 신탁 계약을 체결해 사망 이후 재산이 정해진 방식으로 자동 분배되도록 설계하는 제도입니다. 예를 들어 “내 사망 후 부동산 A는 장남에게, 예금 B는 장녀에게 이전”과 같은 내용을 생전에 계약으로 명시해두는 것입니다. 신탁은 단순한 자산 분배를 넘어 시기별 분할 지급, 조건부 수익 구조, 디지털 자산 포함 등 다양한 방식으로 구조화할 수 있습니다. 특히 치매나 의사 판단 능력이 저하된 이후에도 계약 효력이 유지되며, 사망 직후 법정 절차 없이 바로 실행된다는 점에서 유언장보다 실행력이 훨씬 강력합니다. 다만 초기 설정 비용, 관리 수수료, 그리고 법률 전문가의 조력이 필수적이라는 점은 진입 장벽으로 작용할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어떤 방식이 더 ‘우월하다’고 단정할 수 있을까요? 정답은 없습니다.

     

    각자의 상황에 따라 최적의 설계가 다를 뿐입니다.

    자산이 단순하고 가족 간 신뢰가 두텁다면 유언장만으로도 충분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재산이 다양하거나, 상속인의 이해관계가 충돌할 수 있는 구조라면 유언장만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리스크가 따릅니다.

     

    최근에는 두 제도를 조합해 사용하는 ‘혼합 설계’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예를 들어 유언장에는 장례 방식과 정서적 메시지를 담고, 유언대용신탁에는 자산 분배 구조와 계약 실행 조건을 명시하는 식입니다.

    준비되지 않은 죽음은 혼란을 남기지만, 정돈된 죽음은 평화를 남깁니다. 오늘 단 한 줄의 메모와 한 번의 서명이, 결국엔 ‘사랑을 지키는 기술’이 될 수 있습니다. 이제는 사후의 모든 것을 남에게 맡기지 않는 시대입니다.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이별을 스스로 설계할 때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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