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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셀프 장례는 고령자만의 것이 아니다 – 2030 세대의 죽음 설계 트렌드
    셀프장례 2025. 7. 29. 04:37

    젊은 세대가 죽음을 미리 준비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전통적으로 장례는 노년기에 접어든 사람들이 준비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죽음을 준비한다’는 말은 곧 인생의 끝자락에 있다는 인식을 담고 있었고, 젊은 세대에게는 아직 먼 이야기로 취급되곤 했다. 그러나 최근 2030세대 사이에서 셀프 장례에 대한 관심이 점차 커지고 있다.

    실제로 온라인 커뮤니티나 유튜브, 웰다잉 관련 앱 등에서는 20대와 30대가 자발적으로 유언장을 쓰고, 장례 절차를 미리 설계하는 콘텐츠가 빠르게 늘고 있으며, ‘내가 죽는다면’이라는 가상의 전제로 만든 장례 영상도 하나의 자기 표현 수단으로 자리 잡고 있다.

    이 같은 흐름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죽음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세대적 인식 전환에서 비롯된다.

    기후위기, 전쟁, 팬데믹, 경제적 불안 등 전 세계적인 불확실성 속에서 성장한 젊은 세대는, 삶의 불안정성과 유한성을 일찍부터 체감했고, 그 결과 죽음을 회피하기보다 현실의 일부로 맞이하는 태도를 선택하게 된 것이다.

     

    2030 세대의 죽음 설계 트렌드

    죽음을 콘텐츠로 다루는 2030의 방식: 셀프 장례의 개인화와 미디어화

     

    2030세대는 죽음을 단순히 종말로 인식하기보다는, 하나의 창작 소재이자 자기 서사의 마무리로 바라보는 경향이 강하다. 실제로 이들은 셀프 장례를 준비할 때 단지 절차와 비용을 정리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나만의 장례식 테마, 음악, 영상, 편지 등을 커스터마이징한다.

    예컨대 ‘우울했던 시절의 나를 위로해준 노래를 장례식에서 틀어달라’, ‘내가 직접 편집한 영상으로 나를 기억해달라’는 식의 요청은 이제 드문 일이 아니다. 일부 창작자들은 ‘디지털 오비추어리(Obituary)’를 직접 제작하여 SNS에 게시하거나, 죽음을 상상한 시나리오를 웹툰이나 영상으로 표현하기도 한다. 이는 죽음마저도 콘텐츠화하고, 표현하고, 공유하는 세대의 특성을 반영한다. 셀프 장례는 이들에게 있어 자기 브랜딩의 마지막 챕터이자, 자율성을 극대화한 생애 설계의 일부로 기능한다.

    이런 흐름은 전통적 장례관과는 분명한 결을 달리하며, 디지털 세대만의 고유한 장례 문화를 형성해가고 있다.

     

    2030 세대의 셀프 장례, 정신적 회복과 사회적 저항의 방식

     

    젊은 세대가 죽음을 말하는 것은 단지 철학적 관심 때문만이 아니다. 셀프 장례는 그들에게 때로는 불안, 우울, 정체성 혼란 같은 감정을 해소하기 위한 치유의 도구가 되기도 한다.

    심리상담 현장에서도 ‘죽음을 상상하고 글로 표현해보는 활동’은 감정 명료화, 자기 통제력 회복, 자존감 향상에 효과적인 기법으로 활용된다. 특히 취업난, 사회적 비교, 경제적 불안정으로 심리적 스트레스를 겪는 2030세대에게 셀프 장례는 삶을 포기하는 행위가 아니라, 오히려 삶의 구조를 재정비하고 다시 나를 회복하는 계기로 작용한다. 또한 일각에서는 셀프 장례가 사회 시스템에 대한 조용한 저항으로 기능하기도 한다. ‘당신들이 나를 인정하지 않아도, 나는 나의 마지막을 존엄하게 설계하겠다’는 메시지는 자기 결정권과 존엄의 표현이자, 사회적 배제에 대한 상징적 응답이다.

    이처럼 2030세대의 셀프 장례는 개인의 심리와 사회 구조 모두를 반영하는 복합적 문화 행위로 진화하고 있다.

     

     

     셀프 장례를 둘러싼 제도와 인식의 변화가 필요한 이유

     

    2030세대의 셀프 장례 트렌드는 새로운 문화 현상이지만, 제도와 사회적 인식은 여전히 따라가지 못하고 있다. 예컨대 법적으로 유언장을 공증하려면 일정 연령 이상이거나, 법정 형식을 따라야 하며, 미성년자 혹은 20대의 ‘셀프 유언 영상’은 법적 구속력이 미약하다. 또한 보험사나 장례업계에서도 젊은 세대를 위한 셀프 장례 상품이나 서비스는 거의 없는 실정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셀프 장례의 연령 편견을 깨고, 전 생애 주기에 맞는 맞춤형 죽음 설계 인프라를 마련하는 것이다.

    2030세대가 셀프 장례를 선택한다고 해서 반드시 죽음을 예견하거나 비극을 전제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그것은 죽음을 피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며, 삶을 보다 진정성 있게 살겠다는 표현이다.

    우리는 이제 죽음이 더 이상 고령자만의 주제가 아니라는 사실을 인정하고, 삶과 죽음 사이의 거리를 줄이는 교육, 시스템, 사회적 공론화가 필요하다. 셀프 장례는 세대 구분 없이 모든 인간이 자신을 정리하는 가장 인간적인 행동이며, 그 출발점이 2030세대라는 것은 어쩌면 이 시대가 죽음을 다시 삶으로 이끄는 방향으로 가고 있다는 징후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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