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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로 죽는다는 것에 대한 철학 – 고독사와 셀프 장례의 경계셀프장례 2025. 7. 28. 21:22
고독사란 무엇인가: 홀로 죽음에 이르는 사회적 구조의 결과
현대 사회에서 ‘고독사’는 단순히 가족이 없는 사람이 홀로 생을 마감했다는 의미로만 사용되지 않는다. 그것은 관계 단절, 정서적 고립, 경제적 취약함, 그리고 시스템의 무관심이 겹겹이 쌓여 만들어낸 하나의 사회적 현상이다.
1인 가구가 빠르게 증가하고, 고령층의 독거 비율이 높아지면서, ‘누군가와 함께 죽는 것’이 점점 특별한 일이 되고 있다. 고독사는 사망 사실이 며칠, 혹은 몇 달 뒤에야 발견되며, 종종 냄새나 고지서 체납을 통해 우연히 알려진다. 이는 단순한 개인의 불행이 아니라, 타인과의 연결을 상실한 사회구조가 만들어낸 집단적 외면의 산물이라 할 수 있다.
고독사에 대한 공포는 단지 죽음 그 자체가 아니라, 죽는 순간에 아무도 없다는 존재적 공허에서 비롯된다. 이 지점에서 우리는 고독사와 셀프 장례의 본질적인 차이를 고민하게 된다.
두 개념 모두 ‘혼자 죽음을 준비한다’는 점에서 겉보기엔 유사하지만, 그 속에는 전혀 다른 삶의 철학과 태도가 깔려 있다.
셀프 장례는 고독사의 반대편인가: 선택과 통제의 문제
셀프 장례는 고독사와 마찬가지로 홀로 죽음을 맞이하는 구조일 수 있지만, 그 과정은 정반대의 결을 가진다. 고독사가 무계획, 무관심, 비자발적 단절의 결과라면, 셀프 장례는 철저한 자기 인식과 준비, 그리고 자율적 선택을 기반으로 한다. 셀프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들은 대개 자신의 삶을 주체적으로 바라보며, 마지막 순간까지 어떻게 죽을 것인가를 삶의 연장선에서 고민한다. 관 속에 들어가기 전, 자신이 원하는 방식으로 유언장을 작성하고, 장례 절차를 설계하며, 남길 메시지를 준비하는 행위는 죽음의 통제권을 되찾는 실존적 선언이다. 이는 관계가 없어서 혼자 죽는 것이 아니라, 관계와 정리하고 싶어 스스로 계획하는 ‘의지적 이별’이다.
고독사는 죽음 이후 누구도 발견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셀프 장례를 계획한 사람들은 생전에 정보를 전달하거나, 유언 집행자를 지정해 자신의 존재가 사회에서 끝까지 인식되기를 바란다. 이처럼 두 죽음의 형식은 겉으로 보기엔 ‘홀로’라는 공통점을 가지지만, 철학적으로는 운명과 선택의 차원에서 뚜렷한 선을 긋는다.
고독사 예방의 관점에서 셀프 장례가 가지는 사회적 의미
셀프 장례는 단지 죽음을 미리 설계하는 실용적인 행위로 그치지 않는다. 오히려 그것은 고독사라는 사회적 문제를 개인이 거부하고, 극복하고자 하는 방식이기도 하다. 셀프 장례를 준비하는 사람은 주변 사람들과의 관계를 정리하고, 남길 말을 준비하며, 마지막을 어떻게 남기고 싶은지를 고민하는 가운데 자연스럽게 사회적 연결성을 다시 회복한다.
누군가에게 유언을 전달하고, 장례식 초청 명단을 정리하는 일은 ‘나는 혼자가 아니다’라는 감각을 되찾게 만든다. 특히 고령층이나 1인 가구 중 셀프 장례를 준비하면서 오래 끊겼던 가족 또는 친구와 다시 연락이 닿았다는 사례는 적지 않다.
이는 곧 셀프 장례가 단지 개인의 자기결정권을 실현하는 것에서 나아가, 고립된 삶을 다시 사회 안으로 연결시키는 통로로 기능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지역사회 차원에서도 셀프 장례 워크숍, 죽음 체험 프로그램, 웰다잉 카페 운영 등을 통해 죽음을 준비하는 이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돕는 실천적 방식이 확산되고 있다. 이는 고독사와 셀프 장례의 경계가 단지 철학적 차원이 아니라, 사회 정책적 관점에서도 중요한 분기점임을 보여준다.
죽음을 통해 삶을 정리하는 태도: 고독의 미학과 셀프 장례의 존엄
끝내 홀로 죽는다는 것은 반드시 비극이 아닐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이 아무 준비도 없이, 아무도 모르게 이루어진다면, 고독사는 우리의 삶 전체를 공허하게 만든다. 반면 셀프 장례는 그 고독을 부정하지 않고, 오히려 삶의 일부로 포용하는 태도다. 고독을 감정이 아닌 미학적 사유로 끌어올리는 방식, 그리고 관계 없는 삶이 아닌, 관계를 ‘스스로 정리한 삶’이라는 태도가 셀프 장례를 존엄한 죽음으로 만든다.
철학자 마르틴 하이데거는 ‘인간은 죽음을 향해 존재하는 존재’라고 말했고, 불교에서는 ‘죽음을 명상하는 것이 삶을 바로 보는 길’이라 강조한다. 셀프 장례는 바로 그런 존재론적 진실을 행동으로 옮기는 삶의 실천이자, 죽음을 통해 삶을 해석하는 마지막 작업이다. 고독사와 셀프 장례는 결국 같은 질문을 던진다. ‘나는 어떻게 죽을 것인가?’ 그러나 그 대답은 전혀 다르다.
하나는 무관심의 결과, 다른 하나는 의지의 결실이다. 우리는 더 이상 죽음을 피할 수 없는 현실이라면, 그것을 나답게 마주할 수 있는 준비, 셀프 장례라는 철학적 용기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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