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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왜 셀프 장례를 선택했는가 – 죽음을 둘러싼 고백과 용기셀프장례 2025. 7. 23. 09:56
죽음을 피하지 않기로 했다 – 셀프 장례를 준비하기까지
삶을 주도적으로 살아온 사람에게 죽음은 단지 끝이 아니다. 그것은 마치 인생이라는 한 편의 책에서 마지막 문장을 스스로 쓰는 일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죽음에 대해 이야기하는 것을 꺼린다. 심지어 가까운 가족과조차 ‘내가 죽으면 말이야…’라는 말을 꺼내는 순간 어색함과 불편함이 감돈다. 죽음은 아직 오지 않은 사건이기에, 그리고 준비하지 않아도 결국은 찾아오는 일이기에, 사람들은 미뤄두는 경향이 있다. 나 또한 그랬다. 하지만 어느 순간 나는 생각했다.
죽음을 회피하는 것이 과연 나다운가? 내가 내 삶을 어떻게 살아왔는지를 돌아볼 때, 나는 언제나 선택하고 결정하며, 책임지며 살아왔다. 그렇다면 죽음도 예외일 수는 없었다.
셀프 장례에 대한 관심은 우연한 계기에서 비롯되었다. 한 다큐멘터리에서 본 어떤 노인의 이야기였다. 그는 자녀들에게 짐이 되지 않기 위해, 생전에 자신의 장례를 모두 준비해두었다. 그 선택은 무거운 죽음의 이미지를 가볍게 바꾸는 듯했다.
그는 담담하게 웃으며, 마지막까지 ‘나답게’ 떠나고 싶다고 말했다. 그 영상은 내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날 이후 나는 ‘셀프 장례’라는 주제를 검색하기 시작했고, 전문가와 상담도 받았다. 처음엔 단순히 행정적 절차를 이해하고 싶었다. 하지만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셀프 장례는 단순히 서류 몇 장을 정리하는 일이 아니라, 자신이 걸어온 삶을 철학적으로 되짚는 과정이라는 걸 깨달았다. 그리고 그 깨달음은, 나에게 이 선택이 단지 죽음을 준비하는 일이 아님을 확신시켜 주었다.
셀프 장례란 무엇인가 – 삶을 마무리하는 주체적인 방식
많은 사람들이 ‘셀프 장례’라는 단어를 들으면 생소하거나, 심지어는 조금 두려운 감정을 느낀다. 하지만 실상 그것은 두려움의 대상이 아니라, 오히려 용기 있는 삶의 태도에서 비롯되는 결정이다. 셀프 장례란 생전에 자신의 장례 절차와 방식, 유언, 유산 정리 등을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것이다.
여기에는 법적 유언장 작성, 생전 장례 계약 체결, 화장 또는 매장 방법 선택, 음악과 추모 형식 지정, 타임캡슐이나 영상 유언 남기기 등의 구체적 행위가 포함된다. 이 모든 것은 남은 이들을 위한 배려일 수도 있고, 나 자신을 위한 정리일 수도 있다. 무엇보다 중요한 점은, 죽음을 스스로 직면하고 준비한다는 사실 자체가 그 어떤 순간보다 ‘살아 있는 나’를 진지하게 돌아보게 만든다는 것이다.
나의 경우 ‘존엄’이라는 단어가 셀프 장례를 선택하는 데 중심이 되었다. 나는 언제나 내 선택의 결과를 스스로 책임지며 살아왔다. 그래서 죽음도 남에게 맡기기보다는, 내가 준비하고 정리하는 것이 나답다고 느꼈다. 유언장을 쓰는 일은 생각보다 어렵지 않았다. 온라인 양식과 법률 상담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했고, 생전 장례 계약은 장례식장과의 간단한 미팅으로 마무리되었다. 어려운 것은 절차가 아니었다. 가장 힘든 일은, 그 사실을 가족들에게 알리고 설득하는 일이었다. 부모님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것 자체를 금기로 여기셨고, 형제들도 아직 너무 이르다며 걱정을 드러냈다. 나는 그들에게 말했다. "이건 죽음을 부르는 일이 아니라, 나를 정리하는 일이야. 그리고 당신들에게 부담을 줄 수 없다는 내 방식의 사랑이기도 해." 시간이 조금 걸렸지만, 결국 그들도 이해해주었다.
죽음을 준비하며 되찾은 삶 – 내면의 정리와 새로운 용기
셀프 장례를 준비하면서 나는 내 삶을 다시 쓰는 기분이었다. 매 순간이 정리가 되었고, 내 안의 감정들이 하나씩 얼굴을 드러냈다. 오래전 소중했지만 잊고 지냈던 사람들, 아직 하지 못했던 말들, 용서하지 못한 감정들, 그리고 말하지 못한 사랑의 언어들. 나는 그것들을 한 편의 영상 유언에 담기 시작했다. 또 하나의 편지로 남기기도 했다.
누군가는 내 선택을 ‘외롭다’고 했지만, 나는 말하고 싶었다. 이것은 외로움이 아니라, 깊은 연결의 방식이라고. 누구보다 나를 사랑했던 이들에게 남기고 싶은 마지막 감정은 슬픔이 아니라 감사와 존중이었다. 그 마음을 담아 영상과 편지를 남겼고, 그것이 지금 내게 더없이 중요한 유산이 되었다.
의외였던 점은, 죽음을 준비하면서 오히려 삶이 더 깊어졌다는 것이다. 정리되지 않았던 관계가 정리되었고, 꺼내기 힘들었던 말들이 용기를 갖고 튀어나왔다. 나는 더 이상 ‘나중에 말해야지’라는 말을 미루지 않게 되었다. 모든 순간이 마지막일 수 있다고 생각하니, 감정의 표현이 솔직해졌다. 나 자신에게도, 사랑하는 이들에게도.
어떤 날은 유서를 쓰다가 눈물을 흘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것은 슬픔의 눈물이 아니었다. 후회와 감동, 그리고 깊은 만족이 뒤섞인 정화의 순간이었다. 셀프 장례는 두려움을 정면으로 마주하는 연습이었고, 동시에 삶을 더 열심히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다.
셀프 장례, 그 선택은 나를 완성하는 방식이었다
사람들은 죽음을 이야기하는 사람을 멀리하려 한다. 죽음을 준비하는 일은 여전히 불편한 주제로 여겨진다. 하지만 나는 단언한다. 셀프 장례는 나 자신을 가장 온전히 마주하게 만든 선택이었다. 그 누구도 대신해 줄 수 없는, 마지막까지 ‘나답게’ 살아가는 방식. 단 한 번뿐인 인생의 마지막 장면을 내가 직접 연출한다는 것은, 단지 의미 있는 선택이 아니라 나 자신의 존엄을 지키는 실천이다. 나는 내가 어떤 방식으로 기억되고 싶은지를 분명히 알고 있다. 누군가의 짐이 아니라, 스스로의 선택을 끝까지 책임진 한 사람으로 남고 싶다.
이제는 더 많은 사람들이 셀프 장례를 낯설게만 보지 않기를 바란다. 이 선택은 결코 회피나 이기심이 아니다. 오히려 타인에 대한 가장 깊은 배려이자, 자신에 대한 마지막 애정이다. 죽음을 정리하는 용기는 결국 삶을 더 명확하게 살도록 만든다. 셀프 장례를 통해 나는 내 삶의 마지막 문장을 스스로 써내려가고 있다. 그리고 그 문장은 결코 슬프거나 어둡지 않다. 오히려 그것은 지금까지 살아온 나의 삶을 조용히 정리하며, 다음 세대에게 존엄하게 살았다는 메시지를 남기는 문장이 될 것이다.
죽음을 말하는 일은 곧 삶을 완성하는 일이다. 나는 셀프 장례를 선택했고, 그것이 내 인생에서 가장 깊고 성숙한 선택이었다는 사실을 오늘도 확신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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