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셀프 장례가 만들어낸 새로운 직업들: 장례 디자이너부터 유언 영상 작가까지셀프장례 2025. 7. 22. 22:24
셀프 장례는 단지 장례를 스스로 준비하는 것을 넘어, 죽음을 둘러싼 산업과 직업의 패러다임을 바꾸고 있다. 과거 장례 관련 직업이 대부분 의전, 운구, 납골당 관리 등 전통적인 업무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디자인, 심리학, 콘텐츠 제작, 법률 자문까지 아우르는 새로운 직업군이 등장하고 있다. 셀프 장례는 죽음을 정리하는 일이자, 삶을 연출하는 일이 되면서 그에 필요한 전문가들의 영역도 확장된 것이다. 이 글에서는 셀프 장례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직업들을 소개하고, 그들이 어떤 방식으로 죽음과 삶을 연결하고 있는지를 탐구한다.
장례 디자이너: 죽음을 설계하는 창작자
‘장례 디자이너’는 셀프 장례 트렌드와 함께 등장한 대표적인 신직업이다. 이들은 단순히 장례의 진행을 담당하는 것이 아니라, 고인의 생전 성격, 가치관, 취미, 신념 등을 바탕으로 개인 맞춤형 장례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구현한다. 장례 디자이너는 장례식장에서 사용할 영상, 음악, 공간 배치까지 세밀하게 설계하며, 때로는 고인의 인생을 주제로 한 회고 전시회나 헌정 콘서트도 기획한다. 이들은 삶을 하나의 예술작품처럼 기획하여 떠나는 과정까지 존엄하게 구성하는 전문가다. 단순 의전이 아니라, 인생 스토리를 마무리하는 ‘연출자’라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가진다.
유언 영상 작가와 디지털 유산 매니저
셀프 장례가 디지털과 결합되면서 유언 영상 작가, 디지털 유산 매니저라는 직업도 부상하고 있다. 유언 영상 작가는 고인의 사전 인터뷰, 연출 콘셉트, 조명·음향 디자인 등을 총괄하며 감정과 정보를 효과적으로 담은 영상 콘텐츠로 남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 이는 단순 촬영 기술이 아니라, 유족의 정서적 회복까지 고려한 구조로 콘텐츠를 설계하는 감성 노동이다. 한편 디지털 유산 매니저는 고인의 SNS, 블로그, 클라우드, 이메일 등의 디지털 자산을 사전에 정리하고 사망 이후 처리까지 맡는 전문직이다. 이 직업은 디지털 세대가 맞이할 새로운 형태의 죽음을 관리하는 필수 영역으로, 보안, 법률, IT 지식을 모두 갖춘 전문가가 요구된다.
장례 심리상담사와 사후 플래너: 감정의 정리까지 책임지는 전문가
셀프 장례는 단지 장례식 당일만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죽음을 준비하는 사람의 불안, 두려움, 후회 등을 함께 다루는 감정의 과정이다. 이에 따라 ‘장례 심리상담사’라는 직업도 등장했다. 이들은 죽음을 앞둔 사람과의 상담을 통해 감정 정리, 가족과의 갈등 조율, 자아 통합을 돕는다.
또한 ‘사후 플래너’는 사망 이후 법적 절차(사망신고, 보험 청구, 재산 분배 등)와 유가족의 초기 애도 기간을 설계해주는 종합 매니저 역할을 한다. 이처럼 감정과 행정, 법률을 아우르는 역할은 죽음 이후의 삶을 다루는 새로운 전문성으로 부상하고 있다.
셀프 장례 산업이 열어가는 직업의 재정의
이 모든 새로운 직업군의 공통점은 ‘죽음을 단지 끝이 아니라, 삶의 일부로 다룬다’는 철학에서 출발한다. 셀프 장례는 사람들에게 마지막까지 자기 삶을 기획할 권리를 부여하고, 이는 곧 새로운 일자리를 만들어내는 창조적 산업의 기반이 된다.
앞으로는 장례 문화가 더욱 다양화되면서, 공연 연출가, 음악 큐레이터, AI 유언 시스템 디자이너, 가상 추모 공간 개발자 등까지 등장할 수 있다. 이는 단지 직업의 탄생이 아니라, 죽음에 대한 문화적 재정의이며, 사람의 삶 전체를 끝까지 존중하는 방식으로 사회가 진화하고 있다는 증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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